기능성 식품과 영양유전체학을 중심으로 식품 성분이 건강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활발히 연구해온 이부용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한층 친근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주제는 다소 전문적인 유전학적 내용이지만, “식품과 영양이 단지 개인의 건강을 넘어 후손의 미래까지 바꿀 수 있다”는 흥미로운 관점으로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매일 새로운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식습관과 주변인의 건강 변화를 과학자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DNA, 유전자에 대한 연구와 해독

이 교수는 먼저 DNA와 유전자 연구의 기본 개념을 짚었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이 인체의 DNA 유전자는 이중나선 구조로 되어있어서 인체의 모든 유전정보가 이 이중나선 구조에 있다고 발표한 후, 유전자 해독에 대한 연구가 비약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건강한 유전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실마리는 유전형(Genotype)과 표현형(Phenotype)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Genotype은 부모에게서 반반씩 물려받아 변하지 않는 유전적 설계도이지만, Phenotype은 환경과 식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적 특성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나의 건강 상태와 외형은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왔는가’의 결과라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 Phenotype이 후성유전적 변화(Epigenetic change)를 통해 자손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식습관의 중요도

그는 1999년 Wolffe가 제시한 후성유전학(Epigenetics) 개념을 인용하며, 식습관이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후성유전학은 DNA 염기서열 자체가 변하지 않더라도, 유전자의 발현이 조절되어 건강이나 질병 상태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변화가 세대를 넘어 전달될 수 있으며, 환경 요인을 개선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도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즉, 부정적인 유전적 영향은 끊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DNA가 발현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다. DNA에 메틸기(Methyl group)가 붙거나 히스톤(Histone) 단백질이 변형되면, 유전자의 발현량이 달라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곧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나 화학물질이 세포 내 전사 조절 기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Methyl group: 탄소 1개와 수소 3개로 구성된 유기 화합물의 기본 단위(-CH3)
- Histone: DNA가 감겨있는 단백질.
- Acetyl group: 분자에 붙는 작은 화학기(-COCH3)

베타카로틴과 비타민A 그리고 영양소의 상호작용
이 교수는 흥미로운 예시를 통해 이 과정을 시각화했다. 철분이 풍부한 고기(meat)와 베타카로틴·비타민A가 풍부한 당근을 함께 섭취하면, 소화·흡수된 영양소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 전사 인식(transcription recognition)에 영향을 주며 단백질 생성 과정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즉,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세포 수준에서 우리의 유전자 발현을 바꾸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식습관 변화와 질병 발생 간의 상관관계를 실제 연구 사례로 설명했다. 15년 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 오래 거주한 한국인들은 본국에 사는 한국인보다 고지방식이를 더 많이 섭취하면서 비만, 심혈관 질환 등 서구형 질병의 발병률이 높아졌다. 이는 환경과 식습관이 유전적 소인을 넘어, 실제 건강 상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The Dutch Famine Cohort Study 네덜란드 대기근 코호트 연구결과
또 하나의 대표적 예로 ‘네덜란드 대기근 코호트 연구(Dutch Famine Cohort Study)’를 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봉쇄로 극심한 기근을 겪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약 2,000명을 수십 년간 추적한 결과, 임신 중 영양 결핍을 겪은 어머니의 자녀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통해 대사 효율을 ‘절약형’으로 조정받았고, 이후 풍요로운 환경에서도 섭취한 칼로리를 쉽게 저장하는 체질을 유지했다. 결국 이들은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에 더 많이 노출되었고, 이러한 경향은 그들의 자녀 세대에서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이 연구를 두고 “후성유전학이 얼마나 강력하게 세대 간 건강을 결정짓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예”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인체는 약 30억 쌍의 염기서열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3만 개의 유전자가 우리의 형질을 결정한다”며 “이 중 어떤 유전자를 활성화하고, 어떤 유전자를 억제할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과 생활습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식습관과 생활 패턴이 나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자손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연의 마지막에서 그는 데이비드 무어의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게 새겨지는가』를 소개하며, “유전자는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경험과 선택을 통해 다시 쓰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식탁 위 선택이, 미래 세대의 건강한 유전자 표현형을 결정짓는다”는 메시지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